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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22. 10. 4. 03:32

 

10월 4일 새벽1시 오버워치가 결국 섭종을 해버렸다.

어차피 내일 오버워치2가 나오기 때문에 생각만큼 그렇게 슬프진 않으나.. 오버워치2 베타를 해본 결과 정이 별로 가지 않아서, 한동안은 기존 오버워치가 그리울 것 같다.

 

오버워치가 어떤 평가를 받든 그런 건 전혀 상관 없었다. 주변 사람들이 오버워치 많이 망하지 않았냐고, 운영 방식이 문제라고 할 때도 겉으로는 공감하는 척 했지만 속으로는 별 생각 없었다. 나는 오버워치가 그냥 오버워치라서 좋아했기 때문이다.. (으악;;;)

학창시절부터 간간히 게임을 하긴 했지만 FPS 게임은 오버워치가 처음이었고, FPS가 좋아서 이 게임을 계속 했던 게 아니라 정말 그냥 오버워치라는 게임 자체가 재밌어서 해왔었다. 요 근래에는 주말 아침마다 오버워치를 즐겨하곤 했는데, 어릴 때 일요일 아침마다 디즈니 만화 동산 볼 때의 그런 설레는(!?) 느낌까지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정말 오버워치할 때 만큼은 행복했다. (오버워치2에서도 그럴지는 모르겠다. 일단 베타 때는 안 그랬는데, 내일 직접 해봐야 알 것 같다.)

 

그런데 오버워치를 처음부터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대학생 때, 친한 친구와 이따금씩 피씨방에 같이 갔었다. 피씨방에 가면 그 친구는 오버워치만 했고 나는 하스스톤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설득(?) 끝에 오버워치를 한번 해봤는데 딱히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야채쿵야 나오는 야채부락리나 바닐라캣, 그리고 하스스톤 같은 점잖고 순한 게임들만 해봤던 나로서는 이렇게 치고박고 싸우는 게임을 도대체 왜, 무슨 재미로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적에게 죽는 것도 무서웠고 팀원에게 욕을 먹는 것도 무서웠다. 그래도 굳이 피씨방에서 하스스톤을 하는 것보단(하스스톤은 모바일로도 편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 친구와 같이 게임하는 게 가성비가 더 좋다고 판단을 했고, 빠른 대전이나 경쟁전처럼 실제 사람들과 맞서 싸우는 건 아무래도 무서우니 인공지능전만 했었다. 내가 그 친구였으면 재미없는 인공지능전을 같이 해주기 보다는 그냥 나 혼자 재미있게 놀았을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좋은 친구인 것 같다.

 

그렇게 인공지능전만 하던 어느 날, 집에서 혼자 인공지능전을 즐기다가 갑자기 빠른 대전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빠른 대전 큐 돌리는 버튼을 누르기까지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른다.. 용기내서 버튼을 누르고 큐를 기다리는데, 과장이 아니라 정말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에 땀이 났다. 게임 한 판을 시작할 때의 긴장감과 끝날 때의 짜릿함(지든 이기든)이 나에겐 거의 익스트림 스포츠 급이었다. ㅎ 그런 식으로 몇 판 혼자서 해보며 욕도 조금 (많이) 먹으면서 오버워치라는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서서히 게임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진로 관련 문제와 이런저런 힘든 일들이 겹쳐 잔잔하게 무기력함과 무력감을 느낀 시기가 왔었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그러기 시작해서 취업하기 전까지, 즉 한 1년 넘게 그런 상태로 지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취업을 못하는 시기가 길어지니 스스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이따금씩 들었는데, 그래도 그 생각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과장 조금 보태서 오버워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잡다한 생각이 들지 않으니 그것 때문에 게임을 자주 하게 되었는데, 게임을 이길 때마다 현실에선 잊고 있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고, 지더라도 팀원들의 추천을 받으면서(오버워치는 추천 시스템이 있다.) 추천 레벨이 조금씩 올라갈 때마다 그래도 내가 어딘가에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오버워치는 그럴 의도가 없었겠지만 어쨌든 나는 나름 힘들었던 시기에 오버워치를 통해서 위로를 받았고 그런 의미에서 이 게임은 내게 참 소중하고 고마운 게임이다. 오버워치 덕분에 얻은 추억도 참 많고.. 인생 교훈도 배웠다.. (이기는 게임이 있으면~ 지는 게임도 있고~ 지는 게임이 있으면~ 이기는 게임도 있는 법~~)

아무튼.. 덕분에 행복했고.. 잘가라 오버워치!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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