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열정 하나만으로 운 좋게 첫 직장에 입사하게 되었을 때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취업을 위해 투자했던 노력과 시간에 비해 결과가 좋았었고, 처음 몇 개월 간은 직장인이 되었다는 기쁨에 어떤 일이든 열정적으로 임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열정은 점점 사그라들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일을 하느라 미처 돌보지 못했던 내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자리를 이미 거쳐가신 선배님들을 보며 이 직장을 계속 다니다 보면 머지 않은 미래에 분명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왔었다. 하지만 기약 없는 그 미래를 위해 이렇게 나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을 받으면서까지 계속 버티는 것이 맞는 선택일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고민 끝에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세상에 대가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취업을 위해 들였던 노력에 비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것은, 그 나머지 댓가는 취업 후에 마저 갚아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치 신용카드처럼 노력을 할부로 갚아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때의 좌절감과 자괴감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고, 그런 결과의 주요 원인은 무엇보다 나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노력에 따라 결과가 정해지는 직업(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을 가져서 내가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고, 성과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의 영향을 덜 받는 직업을 갖고 일을 하게 된다면 매일이 행복한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싫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조건에 부합하면서 내가 전향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 직업이 바로 개발자였다.

퇴사 이후 반 년 정도 부트캠프를 다녔고, 이후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1년 반 정도 일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개발자로 전향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한 6개월 정도는 이전 직장에 비해 하는 일은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월급은 더 적게 받고 있어서 사알짝 후회할 뻔 했으나 직업 만족도를 돈으로 환산하면서 정신승리 했었다. 😀

그렇게 잘 지내오긴 했지만 마음 한 켠이 계속 불안했다. 비전공자로서 전공자분들에 비해 기반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주니어 때는 큰 차이가 없어보일지 몰라도 앞으로 경험과 지식이 쌓일수록 그 차이가 두드러질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꼭 전공자분들과 비교를 하는 게 아니더라도 2명의 나 자신(기반 지식이 부족한 나 vs 기반 지식을 갖춘 가상의 나) 간에 비교를 해봐도 분명 차이가 클 것 같았다.
그런 불안함을 없애고자 업무와 병행을 하며 조금씩 공부를 해왔지만, 그저 겉핥기 식으로 공부를 하는 느낌이었고 내가 맞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기반 지식을 빨리 습득하고 싶었고, 업무와 병행하면서 그 목표를 이루는 것은 어려워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카톡 상단에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냐는 문구를 보고 홀리듯이 배너를 클릭했다. 배너를 클릭하자 정글 소개 페이지로 이동했고, 이 페이지를 보고 지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무에서 사용되는 기술 자체를 배울 수 있는 곳들은 많지만, 정글처럼 CS 지식을 단기간에 쌓을 수 있는 환경은 거의 없다. 기반 지식을 빨리 습득하고 싶은 나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곳은 정글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합격하고 와보니 학습 환경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에서 진행되는 과정이라 시설도 너무 쾌적하고(기숙사도 2인 1실이나 객실 안에 방이 따로 있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존경하는 코치님들과 성장에 대한 의욕이 넘치시는 동료분들과 매일 밤 늦게까지 자발적으로, 좋은 개발자가 되고자하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공부를 하고 있다. 정글에서의 5개월이 앞으로 개발자 커리어를 위한 좋은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루하루 헛되지 않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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